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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못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년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썩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이긴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는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때에도

시퍼렇게 살아있는 젊은 심장을 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라니나 꿩들의 일용할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때에도
나는 결코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리

아름다운 한계령에 기꺼이 묶여 난생처음 짧은 축복에 몸둘바를 모르리




2005년 3월 청태산에 폭설이 내렸다.
조용한 자연휴양림은 더이상 차도 들어오지 못해 속세의 잡음이 일체 들릴리 없었고, 현실감을 상실한채 그대로 머물고만 싶었다.

단, 하루만이라도 더 갇히고 싶은 마음에 농민들과 도시의 바쁜 사람들이야 어쩌건 말건 끝도 없이 폭설이 내리기만을 바랬었다.

다음날 일어나보니 눈은 그쳐있었고 아쉬운 마음에 조용한 산중에서 들었던 한계령을 위한 연가

설피마을에 눈이 별로 오지 않아 올해는 눈구경을 제대로 못했는데, 눈꽃이 제대로 피었다.


그대로 저 산속에 갇혔어야 했는데.
Posted by Bikeho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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