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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못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년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썩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이긴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는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때에도

시퍼렇게 살아있는 젊은 심장을 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라니나 꿩들의 일용할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때에도
나는 결코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리

아름다운 한계령에 기꺼이 묶여 난생처음 짧은 축복에 몸둘바를 모르리




2005년 3월 청태산에 폭설이 내렸다.
조용한 자연휴양림은 더이상 차도 들어오지 못해 속세의 잡음이 일체 들릴리 없었고, 현실감을 상실한채 그대로 머물고만 싶었다.

단, 하루만이라도 더 갇히고 싶은 마음에 농민들과 도시의 바쁜 사람들이야 어쩌건 말건 끝도 없이 폭설이 내리기만을 바랬었다.

다음날 일어나보니 눈은 그쳐있었고 아쉬운 마음에 조용한 산중에서 들었던 한계령을 위한 연가

설피마을에 눈이 별로 오지 않아 올해는 눈구경을 제대로 못했는데, 눈꽃이 제대로 피었다.


그대로 저 산속에 갇혔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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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고양시에 있는 종마목장에 다녀왔다.
도심에서 그리 떨어지지 않은곳에 목장이 있다길래 아마 조그만 목장이겠지하는 생각으로 바람이나 쐬자는 기분이었다.

막상 도착해보니, 이런곳이 있었나 싶을정도로 꽤 규모있는곳으로 경주마 육성과 종마 사육 및 번식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곳으로 꽤 체계적으로 관리되는 곳이었다.

1997년부터 일반인들에게 무료로 개방되었다고 하는데, 입장료가 없다는점이 이색적이다. 하긴 국가에서 운영하는곳이 유료가 많다는것이 더 이상하긴 하다.

대관령같은 큰 규모를 생각하면 오산. 대관령의 축소판으로 초원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딱 그정도의 규모를 가지고 있다.
추운 겨울에 가서 방목해놓은 말도 별로 없고, 풀도 제대로 자라지 않아 사진은 덜렁 말사진 한장만 찍을 수 있었다.


이놈 아주 잘생겼다.

1마리에 5억이 넘는 말도 있다고 하니, 함부러 이상한걸 먹이로 줘서 패가망신하지 않도록 주의를 요한다.

종마목장의 방문은 추운 겨울과 말똥냄새나는 여름을 피해, 봄,가을이 제격일것 같다.
돌아오는길에 포장마차에서 이동식 에스프레소를 판매하는데, 이 집 커피가 왠만한 전문점을 빰친다. 차량이 적어 운치도 있고.

약도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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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가스 벨라지오 호텔은 베네치아 호텔과 더불어 최고급 호텔로 유명하다.

벨라지오호텔 건축에 들어간 비용은 총 1조원 이상이 소요된것으로 알려졌다.
이 호텔의 첫 주인은 올드타운에 있는 너겟집 사장인데, 백내장증상으로 인해 시력상실판정을 받은후 자신의 시력이 남아있는 동안 가장 아름다운 호텔을 보고 싶다는 그의 소원으로 지어진것으로 알려진다.

최고급 천장 밑 바닥재등 최고급이니만큼 가격도 비싸고, 그렇다보니 역시 일본인들이 주 단골 고객이다.
실내 화원은 가보지 못했고, 밖에서 분수쇼만 2시간째 보았지만 지루함은 전혀 없었다.
15분마다 새로운 음악에 맞춰서 진행되는 분수쇼는 여행에 지친 여행자의 발목을 붙잡아두기에 충분했다.

벨라지오 호텔앞에서 디카로 찍은 3개의 동영상만으로도 충분히 그떄의 감흥이 되살아나는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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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지인의 초대로 강림면에 있는 천문인 마을에 다녀왔다.

천문인 마을은 아마추어 천문인을 위한 관측소로 관측에 필요한 쎌레스트롱 망원경을 비롯해 여러가지 장비를 갖추고 있는 곳이다.



천문인 마을은 경희대학교 선배이자 우리 산악자전거 모임의 회원인 정병호님이 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곳이다.

천문인 마을의 식당 유리 한켠에는 누구의 작품인지 나무로 깎아만든 작은 조각들이 나의 시선을 붙잡는다

천문인 마을의 옆에는 한국통나무 학교가 있는데, 이곳이 아주 명물이다.

통나무집뿐 아니라 여기서는 모든것이 통나무로 만들어졌다.
대문, 개집, 화장실, 사우나, 정자, 재떨이, 가로등....모든것이 통나무로 만들어졌다.

입구를 지나 처음 나오는 안내판


통나무 학교이니 당연히 집은 모두 통나무로 만들어졌다. 역시 이곳 학생들의 작품이다.

이런..... 화장실도 통나무라니...

시즌에만 운영하는 통나무 학교가 평소에는 어떻게 운영해나가는지 궁금해서 물어보았더니, 통나무집을 만들어 펜션이나 별장지의 필요한 곳에 판매를 하며 유지한다고 한다.
차 한대 간신히 다닐 수 있는 산속이라 크레인도 들어올 수 없는데 어떻게 집을 옮길 수 있을까.
해답은 이렇다.
통나무집의 특성상 분해조립이 가능하기 때문에 조립해서 지어놓은 후 완전분해하여 필요한 위치에서 다시 조립하는 것이다.

경치 좋은 정자가 있는데 역시 이 공기좋은 곳에서도 담배는 끊을 수 없는게 환자들 마음인가 보다. 재떨이도 역시 통나무를 깎아 만들었다.

통나무집 정면에 학생들이 새겨놓은 시가 있다. 호젓하지만 외로운 산중 생활을 느낄 수 있다.

운치있는 통나무 가로등.

통나무집의 난간이 좀 위태해 보이나 자연주의 삶에서 그런건 별로 중요치 않다. 난간 아래에서는 체력단련을 위해 암벽등반 연습을 할 수 있다.

통나무사우나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이곳에서 사우나를 한후 뒷편의 계곡으로 다이렉트로 풍덩. 최고의 웰빙 라이프다.

이곳에는 개와 고양이가 공존해서 산다. 개도 참 많고, 모두들 새끼를 몇마리씩 낳아 기르고 있다. 대청마루에서 낮잠자던 고양이는 나를 보고 매우 구찮은지 슬그머니 도망가 버린다.

카리스마 넘치는 "깜순이" 하지만, 손만 내밀면 이놈의 카리스마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똥개마냥 순둥순둥 비벼댄다.

깜순이의 새끼들은 낯선 사람들이 무서운지 통나무 개집 밑으로 숨을 준비를 하고 있다.

새끼들에게 젖을 먹이던 깜순이가 놀래 일어나버리자 젖을빨던 강아지들이 도망가기도 구찮은지, 엄마보고 다시 앞에 누워달라듯 배째고 누워있다.
젖을 빨던 강아지들의 몽롱한 표정들이 얼마나 순진한지 마음이 편안해진다.

일단 식사를 하고는 자기들끼리 겹쳐서 졸고 앉아있다. 아~~이래서 개팔자 상팔자라고 했던가.

계곡을 보자마자 아이처럼 뛰어들던 사람들


이렇게 좋은 공기와 오염원이 없는 맑은 계곡.
아침이면 계곡사이에서 안개가 꿈결처럼 물밀듯 밀려왔다가 언제 그랬냐는듯 청명함만 남기고 사라지는 곳.
저녁식사중 어디서 냄새를 맡아서 날아왔는지, 몽롱~~한 불빛을 깜박이며 날아다니는 반딧불이.
지천에 들꽃이 널렸지만, 마음을 열고 자세히 보지 않으면 우리는 그 들꽃을 볼 수가 없다.
자연이 주는 그런 작은 행복과 깨달음을 자신도 모르게 체득할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자연이다.

도시속의 매연과 담배에 찌든 나의 폐는 그곳에서 신선한 공기로 새로운 소독국면을 맞이했다.


자연으로 돌아가자.

이제 서울에서는 더이상 성장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될때
자연으로 돌아가자.
이제 서울에서는 더이상 우리가 찾는것이 없다고 생각될때
자연으로 돌아가자.

혹시라도 상처가 깊어졌다면
혹시라도 더이상 견디기 힘들다면
혹시라도 삶의 의미를 잃었다면
혹시라도 인간사 탐욕에 지쳐간다면

그것은 자연이 우리를 부르는 소리

모든 스케쥴을 덮고 무작정 떠나고 볼일이다.
Posted by Bikeho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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